아직은 볼을 스치던 바람이 차갑던 지난 3월 우리 부부는 결혼을 하고 바로 한국과 반대의 계절을 가진 호주 멜버른으로 이주를 했다. 한국과 반대의 계절을 지닌 곳이란 생각에 반팔, 반바지 그리고 비교적 가벼운 옷차림으로 공항에 도착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쌀쌀한 날씨, 아니 변덕스러운 날씨때문에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멜버른, 세계에서 살기 좋은 도시에 항상 5위안에 드는 그런 멋진 곳이다. 먼저 이 곳의 날씨, 공기에 대해 언급하고 싶다. 한국에서 난 매년 봄, 이른 여름 찾아오는 황사, 미세먼지 때문에 항상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 맑은 시야를 원했던 것일까. 매년 마주했던 황사, 미세먼지었지만 항상 뿌연 도시의 모습과 혼탁한 하늘을 보면 괜시리 숨이 막히고 답답하게만 느꼈었다. 더 나아가 미래마저 답답하게 느껴진다는 생각각을 종종 하곤 했었다. 하지만 이곳은 정말이지 먼지라고는 단 한톨도 없다고 생각될 만큼 맑은 날들의 연속이다. 비가 오거나 흐린 날이 아니라면 하늘은 언제나 파랗고 멀리있는 모든 것 들이 선명하게 보인다. 편리한 교통수단, 생활 시설 그리고 날씨 이 삼박자가 조화롭게 이루어저 더할나위 없이 멋진 나날을 보낼 수 있는 것 같다. 모두가 그런것은 아니겠지만 이 곳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로 알지 못하지만 웃으며 인사 건낼 수 있는 여유를 가졌고 인생을 살아감에 우선순위가 우리나라와는 조금 다름을 느낄 수 있다.
어느덧 우리 부부는 멜버른에 정착해 지내기 시작한지 5개월이 지났다. 물론 지금 지내고 있는 집을 구하기까지 쉽지만은 않았지만 운이 좋게도 작은 아파트를 렌트하여 하루 하루를 행복하게 보내고 있다. 집을 구하러다니던 시절, 우리 부부는 멜버른 시티에 위치한 한 공원에 들르게 되었는데 아내와 난 그 공원의 안락함, 평화로움 그리고 웅장함에 매료되어 서로 연신 감탄의 말만을 내 뱉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아내가 우리 집도 이 공원 근처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코로나의 종식으로 인해 워킹홀리데이, 유학생들의 엄청난 유입으로 인해 집을 구하기 너무 어려웠는데 비가 엄청 오는 날 부동산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마침 적당한 집이 있는데 지금 보러갈 수 있냐는 연락이었다. 우리 두 부부는 아침일찍 휴대전화 구글맵에 의존해 집을 보러 갔다. 100% 만족스러운 집은 아니었지만 상황도 상황이고 얼른 우리 둘만의 편안한 보금자리를 원했던 우리는 바로 계약을 진행했다. 그리고 이사를 하고 하나씩 가구를 채우고 정신을 차리고 동네를 살펴보니 그 공원이 우리집 바로 옆인 사실을 그제야 인지했다. 영화 '노팅힐'의 마지막부분의 한장면을 본적이 있으려나. 그 장면을 보았다면 좀 더 이해가 쉬울 것이다. 주인공인 휴그렌트는 밴치에 앉아 책을 읽고 임신을 한 줄리아로버츠가 그의 다리에 누워 시간을 보내던 장면의 그 공원. 큰 나무들, 잔디 그리고 곳곳 놓여진 벤치들. 그 사이 갈라진 많지도 않은 오솔길. 약간은 경사진 그런 공원. 잔디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는 커플, 여기저기 뛰어노는 아이들,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사람들. 잔잔하고 평화로운 나날들이란 표현이 찰떡인 그런 곳이다. 호주에 와서 느낀것들 중 하나인데 어떤 모습도 그 웅장함, 분위기가 카메라에 담기지 않는다. 그래서 눈으로 많이보고 가슴에 많이 담아두는 연습을 더 많이 하게 된다. 이 곳의 풍경들 또한 그렇다. 5개월이란 시간동안 단풍이 들어 낙엽이 지고 겨울의 끝자락에 자리하고있는 요즘. 다시 파란 잎들이 고개를 내민다. 거의 매일 지나는 공원이지만 볼때마다 새롭고 아름답다.
이 공원 말고도 나와 아내가 사랑하는 작은 카페들, 조금 더 걸어가면 멋진 항구의 모습을 담고있는 도서관 등 멋진 공간들이 많지만 우리 동네의 제일 자랑은 이 공원임을 확신한다. 'flagstaff gardens'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데려오고 싶다. 한국에 비하면 따뜻한 이 곳의 겨울이지만 난방 시설이 없는 이 곳의 겨울 조금 추웠다. 하지만 마음의 온도만큼은 따뜻했다. 아내와 함께 있어 완벽한 이 곳이다.
-아내 학교 밑에 위치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아내가 마치기만을 기다린다. 20분정도 남았다. 배가 고프다는 연락이 왔다. 점심으론 어떤 메뉴가 좋을까. 얼른 마치고 만나요. 어제 비가 온 뒤 조금 쌀쌀하지만 너무나 맑은 지금 이 순간 2023년 9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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