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쓰기 (day5. 친구)

 대부분의 사람은 기쁜 일이 있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 때로는 아무 일이 없지만 생각 나는 그런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이는 나의 가족, 사랑하는 이 혹은 나와 연을 맺었던 수많은 사람 중 한명일 수 있다. 난 그런 사람들 모두 '친구'라고 생각하고 싶다. 서로를 향하는 마음의 크기는 조금 다를 수 있지만 적어도 내가 마음을 쓰고 지내는 나날 속에서 한 번씩 생각나는 내게는 소중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의 '친구'는 내게 그 의미가 조금 쉽게 다가 왔다. 유치원에 가면 친구가 있고, 학교에 가면 친구가 있고 또 그 친구들과 약속을 하고 각자의 미래를 그려보며 지금의 관계가 영원하길 다짐도 해봤다. 그 시절 '친구'라는 단어로 연결된 우린 참으로 끈끈했고 서로에게 의지하며 더할 나위 없이 든든했다. 그러다 점차 시간이 흘러 군대를 가고, 대학교 생활을 하며 각자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면서 끈끈하고 견고하다고 믿었던 우리 사이의 연결고리들은 조금씩 헐거워졌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각자의 학교 과제가 바쁘고, 일을 하느라 바쁘고, 결혼을 하여 자신의 울타리를 지키고 나아가느라 바빴다. 서로의 바쁜 나날들 속에서 누군가의 결혼식, 우연한 만남 그리고 어렵게 맞추어 보기로 한 약속들을 통해 만나면 그 또한 마음이 몽글몽글했다. 어렵사리 만나 그동안의 안부를 묻고 함께 추억 여행을 떠난다. 시끌벅적 얘기를 나누고 술잔을 기울이다 보면 한편으론 낯선 모습들도 보였다. 내가 기억하던 그 시절의 그 '친구'는, 나는 지금의 모습이랑 달랐던 것 같은데 어딘가 모를 찝찝한 마음이 한편에 남아 있었던 것 같다. 속이 상했다. 그때의 우리의 모습 그대로가 아닌 조금은 변한 우리였다. 우리 사이의 긴 시간들은 우리가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설명하기엔 충분한 이유였다. 나 역시도 그 시절의 내 모습과는 다를 것이다. 가치관도 조금씩 변해가고 인생을 바라보고 나아가는 방향 또한 조금씩 변했을 것이다. 그랬다. 내 작은 이기심이 날 속상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찬찬히 생각해 보니 '친구'라는 울타리 안에서 우정의 모양이, 형태가 조금 변했을 뿐, 그 크기나 관계는 여전히 그 시절부터 이어저 왔다. 자주 연락하고 서로 만나지 못하지만 난 내 '친구'들이 모두 잘 지내고 행복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오늘 글을 쓴 김에 연락을 해야지. 

 

 그리고 내가 언급하고 싶은, 반드시 해야만 하는 '친구'가 있다. 나의 아내. 어린 시절 나와 함께 지내며 추억을 쌓았던 친구들도 있지만 앞으로는, 내 평생을 함께 앞으로 나아갈 유일한 친구. 아내 최유진. 서로 먹는 것 좋아하고 또 함께 술 마시며 노는 것 좋아하는 우리. 덕분에 얻은 살들은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신나고 즐겁게 놀았는지 증명해준다. 난 아내랑 노는 게 제일 재밌다. 서로의 유머코드도 잘 맞고 이야기도 잘 통한다. 어쩌면 일방적인 의견일지 모르지만(아내에게 당장 물어봐야겠다), 아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없이 소중하고 즐겁다. A best friend.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서로 이야기도 많이 하고 아끼고 존중하며 평생을 '제일 친한 친구'로 지내봅시다. '친구'라는 단어의 진정한 뜻이 가장 완벽하게 적용되어야 하는 사람이 아내라 생각한다. 좋은 것을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내 사랑. 나의 아내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이른 아침 눈을 떠 방에서 몰래 나와 하루 루틴을 시작한다. 그러던 중 아내 휴대전화 알람이 울렸고 아내는 '오빠~!'하고 불러 대답했지만 돌아오는 답이 없다. 다시 잠들었나보다. 따듯한 며칠이 계속되어 봄이 온 줄 알았지만, 아직 제법 쌀쌀한 겨울 끝에 머물러있다.  2023년 9월 9일 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