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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tter than yesterday./writing

매일 글쓰기 습관 (day13. 생일)

by money namoo 2023.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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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나와 아내의 비자 관련 업무를 우선적으로 진행하고 해결하느라 글을 쓰지 못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가 더 부지런했다면, 의지력이 강했더라면 글쓰기는 이렇듯 한동안 멈춰 있지 않았을 것이다. 운이 좋게도 우선순위에 두었던 우리 비자 문제는 잘 해결되었고 굉장히 빠른 시간 안에 승인이 났다. 비자 수속에 보통은 3개월 정도의 기간이 소요되는데 우린 모든 서류를 접수 후 6일 만에 승인 레터를 받아보았다. 걱정하고 마음 쓰이는 일이 하나 줄었다. 이젠 내년에 영주권 신청을 하고 나아가면 된다. 그동안 쉬었으니 다시 차근차근 나아가보려 한다.

 

 우리가 호주 멜버른에 온지도 벌써 6개월이 훌쩍 지났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아내와 함께 추억하면 매 순간이 소중하고 몽글몽글한 마음이 들게 한다. 우린 결혼을 하고 첫 생일을 이곳 먼 타지에서 처음 맞았다. 8월 3일 내 생일, 9월 15일 아내 생일.  사실 난 생일을 그렇게 특별하게 보내진 않았던 것 같다. 매일의 하루처럼 일을 하러 가고,  내가 매일 보던 사람들을 만났었다. 내 생일이라고 여기저기 알리지 않는 나였다. 그럼에도 내 생일을 기억해 주고 축하해 주는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느끼고 가능하다면 함께 시간을 보내고 놀았다.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호주 멜버른에 있고 결혼을 했다는 점이 다르다. 축하해 주고 함께 시간을 보내던 친구들도, 지인들도 보고 싶었다. 2023년 8월 3일. 이곳의 날은 제법 쌀쌀했고 앞서 언급했듯 평소처럼 출근을 했다. 오전 스케줄만 있던 날이라 신났던 기억이 난다. 오전 근무를 끝내고 퇴근해 집으로 갔는데 아내가 생일상을 근사하게 차려주었다. 아주 꿀맛이었다. 아내는 요리도 잘한다.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그 무거운 짐을 들고 집까지 와  요리를 하고 있는 아내를 보았는데 고생했을 아내를 생각하니 너무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결혼하고 첫 생일. 사랑하는 아내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그리고 9월 15일 아내의 생일. 이 날을 위해 난 회사에 미리 휴무를 요청하였고 아내가 학교를 가고는 나도 바로 장을 보러 갔다. 아내가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도착해 맞을 생일상 준비를 위해서 부지런히 움직였다. 정말이지 열악한 환경의 주방에서 여러 요리를 하려니 너무나 불편했다. 내 생일을 위해 고생했을 아내를 생각하니 그 마음과 노력이 더 고맙게 느껴졌다. 나름 근사한 생일상을 차리고, 필체는 엉망이지만 한글자 한 글자 마음을 담아 쓴 생일 편지, 꽃바구니까지 세팅을 마치고 아내를 맞이했다. 생일 케이크에 촛불을 붙이려는데 우린 흡연을 하지 않다 보니 집에 그 흔한 라이터 하나도 없었다. 다행히? 부르스타가 있어 겨우 촛불에 불을 붙일 수 있었다.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는데 뭔가 설명할 수 없는 마음이 터져 나와 꾹꾹 누르느라 애를 썼던 기억이 난다. 눈물이 날 것 만 같았다. 열심히 하고 싶은 이유가 아내라는 생각이 다시 선명하게 세겨졌다. 열심히 해야지. 저녁엔 평소 아내가 가고 싶어 했던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예약해 코스요리를 먹었다. 분위기도 내고 아내가 너무 좋아했다. 그리고 한국에서 함께 요리하던 동생 정훈이를 만나 칼튼으로 자리를 옮겨 와인을 마셨다. 그 공기, 온도 그리고 공간이 가진 향들 모두 몽글몽글하게 자리 잡았다. 아내의 웃는 모습이 더 예쁘고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행복한 하루였다.

 

 먼 타지에서 결혼 후 처음 맞는 생일. 서로가 너무나 소중했고 소중했다. 아내는 타국에서 가족 멀리 맞이하는 생일이 처음이라 더더욱 신경이 쓰였고, 역시 그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는 것 같아 조금 속상했다. 매일 맞이하는 하루의 매일과 다르지 않지만 내가 태어나고 아내가 태어난 날이라 서로 더 신경쓰고 축하해 주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매일 생일같이 아껴주고 서로를 위해 노력해야겠다. 생일이라 특별하게 할 것이 아니라 내가 아끼는 사람이고 옆에 있는 사람이니깐.' 앞으로도 함께 맞이할 생일. 아니 매일매일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사랑해야지. 

 

 

-긴 휴무의 마지막 날. 어제 비가 온 뒤라 날이 제법 차갑다. 이따 아내가 검사를 받으로 함께 병원에 가는데 아무 이상 없이 건강한 결과를 받을 수 있길 간절히 소원한다.  2023년 10월 13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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