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참 빠르다. 작년 2023년 3월 결혼 후 바로 그 달 호주 멜버른으로 넘어와 정착을 했다. 비자 조건이 변경되는 등등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그랬듯 아내와 난 슬기롭게 잘 준비하고 나아갔다. 그동안 영주권이라는 목표를 향해 아내와 난 매일매일 열심히 지냈다. 그리고 결국 1년 6개월 만에 영주권 접수만을 코 앞에 두었다. 영주권 신청을 위한 여러 요건 중 하나, 영어 점수도 우리 부부는 이루어 냈고, 그 나머지 일들도 모두 완벽하게 준비를 마쳤다.
영주권을 준비하면서 제일 걱정했던 부분 중 하나가 영어 점수였는데, 사실 PTE라는 시험을 한번도 응시한 적이 없어 아내와 난 과외 선생님의 도움을 받기로 하고선 수업을 들었다. 10회 등록, 이마저도 일과 병행하느라 5회 수업만을 듣고 시험을 치렀다. 한국으로 휴가를 떠나기 전, 그래도 시험의 유형이라도 알아보고자 응시한 시험이었다. 나도 사람인지라 욕심이 났었다. 이왕이면 한 번에 원하는 점수를 받아내고 말겠노라고. 조금 악착같이 했던 것 같다. 출근 전 일찍 일어나서, 그리고 퇴근 후 매일 천근만근 몸을 이끌고 아파트 1층 도서관에서 꾸벅꾸벅 졸아가며 공부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와이프는 휴가를 먼저 떠나게 되어 한국에서, 난 이곳 멜버른에서 시험을 치렀다. 난 각 영역 50점, 아내는 36점이 필요했다. 시험 당일. 같은 날 시험을 쳤는데 와이프는 시험을 다시 봐야 할 것 같다며 시험이 어려웠다고 내게 후기를 전했다. 보통은 시험이 끝나고 2시간 정도 지나면 시험 점수가 발표가 되는데, 아내는 필요 점수보다 높은 41점을 받아내었다. 난 아내가 당연히 잘해 낼 것이라 믿었다. 이제 내 점수만 발표되면 되는데.. 시간이 지나도, 하루가 지나도 점수는 나오지 않았다. 괜히 초조하고 쓸데없는 잡념이 자꾸 비집고 들어왔다. 다음날 오후 느지막하게 일을 하고 있는데 결과가 나왔다는 문자를 받았다. 결과 화면을 누르고선 손바닥으로 폰 화면을 가렸다. 함께 일하고 있던 동료들도 모두 내 표정만을 살폈다. 62점. 필요했던 점수보다 훨씬 더 높은 점수를 받아냈다. 만세를 불렀다. 그리고 한 번의 시험 응시로 우리 부부는 원하는 결과를 얻어냈다. 사실 공부를 더 하는 것도 부담이었지만 40만 원이나 하는 시험 응시료가 더 부담이었다. 이제 더 이상 시험 점수를 위한 영어공부는 당분간은 하지 않아도 된다. 마지막으로 필요한 퍼즐 조각 하나가 완벽히 준비된 것이다. 마음 편하게 한국으로 휴가를 다녀올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우리 부부는 다음 목표를 향해 달려나갈 것이다. 그 목표가 무엇이든, 첫 목표였던 큰 산을 함께 슬기롭고 지혜롭게 넘었으니 앞으로의 일들도 잘해 낼 것임을 믿는다. 그리고 그동안 놓치고, 아니 옆으로 잠시 치워두었던 일들을 하나씩 다시 할 것이다. 차근차근 하나씩 다시 나아가자.
오랜만에 쓰는 글이고 실력이 없어 두서 없지만,
이 한마디만큼은 간결하고 정확하게 전달하고 싶다.
"여보 그동안 고생 많았어요. 덕분에 잘 이겨내고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었어요.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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