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글을 쓴다니 답답하고 막막한 마음을 한가득 안고 일단 무작정 시작을 한다. 앞서 말한 답답하고 막막한 마음은 '무엇을?, 어떻게?' 라는 즉 주제와 방향에 대한 내 스스로의 고민 같다. 그래도 혼자 고민을 하다보니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가면 좋을지 두리뭉실하고 어설프지만 큰 그림이 내게 그려진다.
글을 써보기로 마음 먹고 시작하는 이유는 간단하고 명확하다. 경제적 자유, 엄청난 부를 얻고 거기서 그친것이 아닌 그의 경험, 노하우 등 여러 방법을 책으로 출판한 자청님의 '역행자'라는 책을 읽고서 시작하게 되었다. 다시 생각해보면 그 책을 읽게 된 이유가 더 정확한 글쓰기 동기인 것 같다. 난 요리를 전공했고 20대 초반부터 지금의 30대 중반까지 요리를 업으로 지내고 있었다. 그리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 한국이 아닌 호주 멜버른이란 곳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했다. 단순했다. 내가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더 행복하고 나은 환경에서 걱정 없이 지낼 수 있게 하고 싶었다. 물론 높은 연봉, 나은 근무 환경들, 지금을 즐기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지금 순간들이다. 하지만 무언가 답답하고 자꾸만 하나씩 나타나는 걱정들이 함께 했다. 요리를 본 업으로 하기에 '만일 내가 다치면 당장의 수입은 어떻게 할까?', '나이가 들어도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와 같은 외면하고 깊숙이 숨겨두기엔 가장으로서, 남편으로서 무책임한 일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방법을 찾고 싶었다. 인스타그램, 유튜브에서 '경제적 자유'라는 주제로 여러 클립, 영상들을 보았지만 유심히 시간을 내어 본 적이 없다. 그냥 자극적이고 재미만을 추구하는 그런 달고 짠 영상만을 보며 1-2시간을 허비했다. 사실 자청님이 누군지도 몰랐다. 아니 지금도 자세히 모른다. Ebook어플을 통해 읽을 책을 찾다 우연히 추천 도서에 보이길래 읽기 시작했다. 아직 다 읽지 못했지만 어느덧 그 마무리 부분으로 향해가고 있었다. 그의 책에선 여러 가지를 강조했는데 그중 내가 일을 하며 틈틈이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이 책 읽기, 글쓰기였다. 그래서 무작정 시작했다. 난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신념?이 있는데, 가령 내가 요리를 유명 요리사처럼 되고 싶다면 그 사람이 쏟은 시간, 노력을 똑같이 해야지 그 사람처럼, 그 요리사 비슷하게 될 수 있다고 주변 동료들에게 주장하고 나 역시 노력하고 있었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래서 보잘것 없고 엉망인 글이지만 시간을 들여 내 글을 써내려 간다.
어떤 내용의 글을 꾸준히 쓸 수 있을까, 내가 지치지 않고 쓸수 있을까 며칠을 고민했다. 그러다 문득 내가 그래도 조금 잘할 수 있는 일, 그리고 해외에서의 신혼 생활이라는 특수한 상황, 마지막으로 조금 더 잘하고 싶은 것. 이 세 가지를 합친다면 이것 역시 즐겁게 꾸준히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요리, 멜버른 신혼생활 그리고 그림.
아무래도 직업이 요리사이다보니 집에서 아내에게 만들어 주는 음식들이 많다. 그리고 이곳에서의 외식. 아내와 함께 했던 이런 순간들을 나만의 이야기로 써내려 가고 싶다. 그리고 그 순간을 그림으로 그려보고 싶다. 아내가 선물해 준 아이패드가 썩고 있다. 한 번씩 왜 사용하지 않냐는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던 것이 사실이다. 유튜브, 강의를 통해 배우고 함께 그리려 한다.
우와, 무작정 써내려 왔는데 많이 썼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글쓰기를 마음먹고 처음 쓴 이 글이 '나중에 내 책이 출판될 때 에필로그에 담기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창피하겠지 오글거리겠지. 무슨 상관인가 그래도 난 시작을 했고, 반드시 아내와 함께 더 나은 매일을 보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이다.
아내가 다니는 학교 바로 아래 자리한 카페에 앉아 사랑하는 아내를 기다리며.
아이스롱블랙은 고소하고 약간의 산미가 있었고, 겨울이 저물어 가는 제법 쌀쌀한 날.
9월이 시작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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