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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Melbourne

[멜버른 카페] 279. 일본식 카페 - 오니기리, 오차즈케

by money namoo 2023.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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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무. 이른 아침 눈을 떠 무얼 할까 고민을 했다. 아내는 학교 갈 준비를 부지런히 했고 난 그를 지켜보다 달콤하게 속삭였다.

"학교 가지말고 나랑 놀러 갈래?"

 아내는 씰룩이는 입꼬리를 감추지 못하고 내심 못 이기는 척 대답했다.

"그럼 그러지 뭐"

 

카페 가는 길

 

 주섬주섬 옷을 대강 걸치고 이른 아침 우린 출근길, 등굣길이 아닌 룰루랄라 놀러 나갔다. 우리는 North Melbourne에 위치한 카페에 주로 갔는데 이 날도 역시 North Melbourne으로 향했다. 아내가 평소 가고 싶었던 카페. 아내의 맛지도 구글맵에 수만은 별표 중 하나인 이곳으로 향했다.  날은 너무나 따뜻했고 날씨도 좋았다. 난 카페에서 책을 읽으려고 아이패드도 챙겼다. 그렇게 10분 남짓 걸어 카페에 도착해 자리를 잡았다. 카페는 크게 두 공간으로 분리가 되어 있는데 한 곳은 밖에서도 보이는 일반적인 카페의 모습을 했다. 우린 밖에서 보이는 공간이 아닌 카페 안 다시 문을 통해 들으면 만날 수 있는 공간에 자리 잡았다. 기본적인 톤은 화이트와 화이트 오크의 톤으로 잡혀있었다. 

 

 난 아이스 롱블랙. 아내는 라테.

하지만 이렇게 커피만 먹으면 서운하지. 이곳의 메뉴구성이 조금 독특했는데, 카페지만 디저트 메뉴만이 아닌 간단한 음식 메뉴들도 있었다. 그 음식들 메뉴들 또한 정말 간결하고 인상 깊었다. 보통 샌드위치, 파스타, 버거와 같은 양식 위주의 메뉴가 대부분인 멜버른 카페에서 이곳은 일본만이 가질 수 있는 색을 선택하고 잘 살려냈다. 메뉴는 오니기리, 오차즈케가 대표 음식인 것 같아 각각 하나씩 주문을 하고 디저트도 하나 주문했다. 오니기리는 올라가는 토핑에 따라 메뉴 가지 수를 달리했고 오차즈케 또한 그랬다.

 

 오니기리는 간단히 말해 주먹밥. 주먹밥에 여러 고명을 올려 먹거나 그 속에 재료를 넣어 만든다. 

반면 오차즈케가 조금 생소할 수 있는데 이는 쌀밥에 고명을 올려 낸 뒤 우려낸 따뜻한 차를 부어 먹는 음식이다. 다른 느낌이긴 하지만 우라나에서 보리차물에 말아먹는다고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우린 음식을 기다리며 이런저런 담소를 나눴고 어서 음식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먼저 주문한 커피가 나왔다. 멜버른에서 어느 카페에 들어가 마시던 커피의 맛은 기본 이상이었다. 이곳도 그 카페들 중 하나라 따로 언급은 하지 않겠다. 다만 아내는 조금 달달한 라테를 원했는지

설탕도 조금 얻었다.

[멜버른 카페 279] 라떼

 

 

이리저리 사진을 찍다 보니 어느덧 음식이 하나씩 나오기 시작했다. 먼저 주문한 디저트 도넛이 먼저 나왔는데 크리스피 도넛에 파는 도넛 같은 모양이었다. 디저트를 즐겨 먹지 않는 나지만 사이좋은 우린 콩한쪽도 나눠먹어야 한다는 아내의 명령에 따라 한입 베어 물게 되었다. 식감은 약간 쫀득했고 매 알아마다 작게 유자청을 다져 올려놓아 씹을 때마다 유자향이 은은하게 퍼져 커피오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사실 밥 먹고 먹으려고 한입씩만 먹기로 했는데, 밥 나오기 전에 이미 있었는데 없습니다.

[멜버른 카페 279. 디저트]

 

 

 그리고 나온 내 메뉴 '오니기리' 심심하게 간을 한 오니기리에 얇은 돼지고기를 볶아 얹어 냈다. 신기하게 김치가 사이드에 조금 나왔는데  자리하고 있는 김치가 괜히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자극적이고 간이 센 음식들을 주로 접하는 요즘이었는데, 이 오니기리는 너무나 맛있게 먹었다. 적당히 간이 된 얇은 돼지고기, 밥, 가니쉬로 얹어진 파와 실고추까지. 화룡정점은 김치. 대한민국 만세! 각 재료의 조화도 너무 좋았다. 다음에 와서는 다른 오니기리를 시켜 먹고 싶단 생각이 절로 들었다.

[멜버른 카페 279. 오니기리]

 

 

그리고 나온 '오차즈케'. 사진에서 보듯이 처음에 필터와 저울이 있길래 '핸드드립 커피를 내려주는가 보다' 생각했다. 근데 밑에 밥, 고명이 담긴 접시를 놓고 필터엔 찻잎을 넣었다. 그리곤 필터에 뜨거운 물을 부어 차를 우려내어 오차즈케를 만들어 주었다. 너무나 신선했고 생소한 경험이었다. 다른 전통적인 방법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마치 커피를 내리듯 음식을 만들어 내는 모습이 내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우리가 주문한 오차즈케는 고등어를 조리해 다져 올린 오차즈케 그위엔 토비코 '날치알'처럼 보이는 생선알, 김, 파로 마무리를 했다. 다음에 가면 저 생선알이 무슨 알인지 물어봐야겠다.

 

 난 무언가를 섞어 먹는 행위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나 3가지 이상의 재료를 비비거나 섞는 그런... 그래서 카레, 짜장밥, 비빔밥을 잘 먹지 않는다. 그래서 사실 이 오차즈케도 주문까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일단 도전해 보자는 마음으로 시켰다. 그리곤 여러 가지 걱정과 함께 숟가락으로 푹 담아 맛을 보았다. 정말이지 그 조화가 완벽했던 것 같다. 차의 적당한 따뜻함과 씹을 때마다 느껴지는 고등어 풍미, 생선알의 톡톡 터지는 식감. 그리고 은은하게 올라오는 가쓰오부시의 향까지. 그동안 멜버른에서 먹었던 그 어떤 음식들보다 맛있고 내가 추구하는 음식의 방향과 찰떡이었다.

[멜버른 카페 279. 오차즈케]
[멜버른 카페 279. 오차즈케]

 

 

음식의 양, 가격 그리고 그 맛까지 내겐 너무나 잘 조화로웠다고 느껴졌다. 물론 개인적인 견해이기에 오해 없길 바란다. 그리고 이곳에서 우리 한식이 나아갈 방향도 이러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이 곳 멜버른에서, 해외에서 한국 음식점이라 하면 대부분이 Korean BBQ, 뷔페, 술집들이다. 그래도 유능하시고 멋진 셰프님들이 작은 돌풍을 곳곳에서 일으키고 있어 다행이다. 하지만 보통의 외국인 입장에서 느끼는 한식이란 어떤 느낌일까 생각해 보면 조금은 속이 상한 것이 사실이다. 왜냐하면 주변에 볼 수 있고 경험할 수 있는 한식들이 방금 언급한 곳들에서 대부분 보이고 제공되고 있으니 말이다. 기존의 안전하고 평범했던 멜버른 한식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나아가시는 모든 분들을 응원한다.

 

 

그리고 이 카페는 꼭 가보길 추천한다. 쉬는 날 또 갈 것이다. 메뉴 다 먹어봐야지. 

많은 곳을 경험해보진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멜버른에서 내겐 제일의 카페였다.

또 가야지. 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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