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 도착한 첫날 밤이었어요. 짐도 제대로 못 풀고, 몸은 비행기에서 내린 그대로 무거웠는데, 아내랑 제일 먼저 발걸음을 옮긴 곳이 한식당이었답니다. 지금 생각하면 좀 웃긴 일이죠. 호주까지 왔는데, 한국을 떠나온 지 하루도 채 안 됐는데, 우리가 찾은 게 한식당이라니. 한국인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멜버른에도 작은 한인타운이 있었어요
멜버른엔 한인타운 같은 작은 골목이 있어요.주소는 Healeys Ln, Melbourne VIC 3000 지금이야 많이 사라지고 다른 곳으로 이전하기도 했지만, 우리가 도착했던 그 당시엔 그 골목이 거의 한국 식당들로 채워져 있었던 것 같아요. 임시 숙소에 짐을 대충 풀어놓고, 저녁이 되니 배는 고픈데 몸은 또 피곤하고. 그런 애매한 상태로 도착한 곳이 바로 '장군'이라는 식당이에요.

분위기는 오래된 막걸리집 같은 느낌이었어요. 뭔가 세련되고 반짝이는 그런 곳이 아니라, 세월이 묻어 있는 편안한 자리. 멜버른에선 꽤나 오래된 한식당이고, 그 맛 또한 맛있기로 소문이 나 있는 곳이더라고요. 사실 저는 거의 10년 전에 멜버른에 잠시 있었던 적이 있는데요. 그때도 장군은 있었어요. 그 시절에도 손님이 많고 유명했었죠. 그래서 다시 이 골목에 들어섰을 때, 뭔가 묘한 기분이 들었어요. 변한 것도 많은데 여긴 그대로 있구나, 싶은.
오삼불고기와 뚝배기 불고기, 그리고 소맥 한 잔
우리가 시킨 음식은 오삼불고기랑 뚝배기 불고기였어요. 날씨도 조금 쌀쌀했고, 피곤함이 딱 몰려오던 찰나였는데, 그날 소맥 한 잔이 그렇게 달 수가 없더라고요. 지금도 그 첫 잔이 기억나요. 오삼불고기는 매콤하고 간이 아주 잘 배어 있었고 술안주론 정말 안성맞춤이었죠. 쫄깃한 오징어랑 삼겹살이 매운 양념에 딱 버무려져서, 소맥이랑 같이 넘어가는데 하루의 피로가 슥 풀리는 기분!!!

저는 사실 빨간 음식보다는 맑은 음식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아내가 그걸 알고 뚝배기 불고기를 시켜줬어요. 뚝불은... 뭐랄까, 대학교 앞에서 먹던 그 시절이 생각나는 맛이었어요. 당면이랑 채소가 들어간 국물에 밥 말아서 먹으면 딱이던 그 맛. 호주 땅에서 이런 맛을 만나니까 괜히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더라고요. 빨간 음식과 맑은 음식, 하나씩. 서로 좋아하는 걸 챙겨서 시킨 우리 두 사람 취향이 테이블 위에 그대로 올라와 있었어요.
돌이켜보면 우린 한식당을 참 많이도 갔어요
이후에도 멜버른에서 생활하면서 장군은 종종 다시 찾았어요. 돌이켜보면 그동안 우린 한식당을 정말 많이 갔더라고요. 소주, 막걸리를 찾아서 말이죠. 왜 그렇게 한식당을 찾아다녔는지, 그 얘기는 또 차차 풀어볼게요.
코리아타운의 터줏대감같이 자리하고 있는 장군. 오래된 막걸리집 같은 정취와 한국 음식이 그립다면, 한 번쯤 방문해보는 걸 추천합니다.
호주까지 와서 첫 끼로 한식이라니,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지만 그래도 그날 그 자리가 없었으면 첫날 밤이 참 허전했겠다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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